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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감독자의 현장 ( 파이프라인, 무대 기술, 운영 시스템 ) 공연을 지휘하는 감독자의 자리에서 보면, 작품의 좋고 나쁨은 단순히 “노래가 좋다”, “세트가 크다”로 가려지지 않는다. 대본과 음악이 태어나는 초창기 워크숍부터 기술시연, 시츠프로베, 드라이 테크와 큐 투 큐, 프리뷰 운영, 그리고 장기런을 떠받치는 스태프의 루틴까지 모든 공정이 하나의 호흡으로 맞물려야 한다. 이 글은 한국 창작 뮤지컬과 브로드웨이 창작 뮤지컬을 공연감독자의 관점에서 파이프라인 , 무대기술 , 운영 시스템이라는 세 축으로 비교하고, 현장에서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체크포인트를 제시한다. 한국 시장은 대극장 중심의 레퍼토리 운영과 스타 캐스팅, 재연 사이클이 강점이다. 반면 브로드웨이는 길고 촘촘한 개발·검증 루프와 표준화된 스테이지 매니지먼트, 장기 오픈런에 최적화된 운영 문화가 돋보.. 2025. 8. 19.
역사가의 눈으로 본 뮤지컬 "모래시계" ( 사실과 허구, 삼각구도 ,기억 ) 한국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는 한국인의 ‘격동의 80–90년대’를 다시 호출하는 대표적인 무대 텍스트다. 누군가에게는 군홧발과 최루탄의 냄새로 상징되는 공포의 시대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급작스러운 성장과 도시의 불빛이 뿜어낸 황금의 시절이다. 작품은 이 양가적 기억을 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국가권력·자본·비공식 폭력의 뒤엉킴을 개인의 선택과 우정의 비극으로 압축한다. 역사가의 관점에서 이 작품을 읽을 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서사의 사실성과 심미적 허구가 만드는 ‘감정의 진실’이 어떻게 공존하는가. 둘째, 작품이 드러내는 구조적 폭력의 맥락이 실제 역사와 어디서 만나는가. 셋째, 이 무대가 오늘 관객의 집단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재조직하는가이다. 이 글은 〈모래시계〉를 (1) 사실과 허구, (2.. 2025. 8. 18.
패션 디자이너 관점에서 본 뮤지컬 ( 위키드, 해밀턴, 킹키부츠 ) 뮤지컬이 ‘서사, 음악, 무용’의 종합예술이라면, 의상은 이 모두를 보이게 만드는 매개입니다. 관객은 대사를 듣기 전, 음악이 고조되기 전 이미 실루엣과 색채로 캐릭터의 성격·신분·갈등을 읽어냅니다. 따라서 흥행작일수록 의상은 미장센을 넘어 내러티브 장치,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술적 퍼포먼스 장비까지 겸합니다. 의상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합니다. “무대 위에서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아니라 “이야기를 얼마나 밀어주는가”, “배우의 움직임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나”, “매 공연 동일한 품질로 재현 가능한가”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표적 흥행작 (위키드), (해밀턴), (킹키부츠)를 사례로, 색채·실루엣·소재·제작 및 운영 전략을 세 갈래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끝으로 본 분석은 특정 작품의 .. 2025. 8. 17.
프랑스문학 뮤지컬 (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삼총사 ) 프랑스문학은 서사적 밀도와 정치·종교·사회적 은유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이 복합적 텍스트가 뮤지컬이라는 다중 기호 체계(음악·가사·무용·무대장치)로 옮겨질 때,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리듬·호흡·신체성에 결합된 하나의 악기가 된다. 국어학자의 시선에서 보면, 프랑스어(음절 구조·강세·연음·비음)와 한국어(모라성 향, 음절시간박, 고저·장단의 미묘함)는 상이한 운율 시스템을 갖는다. 그 차이는 번역 가사의 자질(음절수, 운율, 압축도), 인물의 말투(화용론), 계층·성별·연령을 반영하는 사회언어학적 표지, 나아가 상징 어휘망의 구성 방식까지 촘촘히 관여한다. 본 글은 〈레미제라블〉,〈노트르담 드 파리〉,〈삼총사〉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1. 레미제라블다언어 원전의 리듬을 한국어로 재.. 2025. 8. 16.
음악인의 뮤지컬 (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드라큘라 ) 뮤지컬을 ‘이야기, 노래’로만 보면 음악이 도구로 보이지만, 음악인의 관점에서 무대를 들여다보면 음악이 곧 서사입니다. 선율은 캐릭터의 심장박동이고, 화성은 갈등의 압력이며, 리듬은 장면 전환의 동력입니다. 같은 무대라도 편곡, 템포 플래닝, 마이킹, 연주자의 터치에 따라 다른 드라마가 탄생합니다. 이 글은 대표작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드라큘라 )를 예로 들어, 음악 실무자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곡 구조와 조성·전조, 오케스트레이션의 역할 분담, 성부별 발성 전략, 클릭/템포맵, FOH 믹싱 포인트까지 무대를 ‘소리’로 설계하는 방법을 촘촘히 살핍니다. 1. 캣츠 "캣츠"의 가장 큰 미덕은 장르 혼성입니다. 재즈 스윙의 ‘럼텀터거’ 감각, 왈츠·뮤지컬 볼라드 어법, 탭.. 2025. 8. 15.
직장인 힐링 뮤지컬 추천 ( 위키드. 렌트. 뷰티풀 ) 업무 채팅 알람이 늦은 밤에도 울리고, 성과 지표는 차갑게 숫자만 남깁니다. 그런데 극장에 들어가 불이 어두워지는 순간, 다른 리듬이 시작됩니다. 무대 위 배우들은 우리가 낮 동안 억눌러 둔 감정, 좌절, 질투, 불안, 그리고 희망을 노래로 꺼내어 안전하게 보여 줍니다. 두 시간 남짓의 공연이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 마음의 ‘정리함’을 한 번 비웁니다. 그러고 나면 다음 날의 나도 조금은 견딜 만해지죠. 특히 "위키드", "렌트", "뷰티풀"은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흥행작이면서도, 직장인의 삶과 놀랍도록 평행합니다. 규범과 자기다움 사이의 줄다리기(위키드), 불안정한 현실에서의 연대와 회복(렌트), 커리어 전환과 자존감의 재구성(뷰티풀). 이 세 작품은 “오늘을 버티는 기술”을 넘어서, “내일을 선택하는.. 2025.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