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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학 뮤지컬 (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삼총사 )

by xddxs7377 2025. 8. 16.

프랑스문학은 서사적 밀도와 정치·종교·사회적 은유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이 복합적 텍스트가 뮤지컬이라는 다중 기호 체계(음악·가사·무용·무대장치)로 옮겨질 때,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리듬·호흡·신체성에 결합된 하나의 악기가 된다. 국어학자의 시선에서 보면, 프랑스어(음절 구조·강세·연음·비음)와 한국어(모라성 향, 음절시간박, 고저·장단의 미묘함)는 상이한 운율 시스템을 갖는다. 그 차이는 번역 가사의 자질(음절수, 운율, 압축도), 인물의 말투(화용론), 계층·성별·연령을 반영하는 사회언어학적 표지, 나아가 상징 어휘망의 구성 방식까지 촘촘히 관여한다. 본 글은 〈레미제라블〉,〈노트르담 드 파리〉,〈삼총사〉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문학 뮤지컬 (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삼총사 )

1. 레미제라블

다언어 원전의 리듬을 한국어로 재구성하기 〈레미제라블〉의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문학 원전’이면서도 스테이지 버전이 영어 가사로 정착했다는 다층성이다. 즉 한국어 번역은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그리고 한국어라는 간접 경로를 종종 거친다. 그 과정에서 음절수 조절과 강세 배치가 가장 큰 과제다. 영어는 강세 박자 언어이고, 한국어는 비교적 음절 박자적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군중 합창의 후렴은 보통 강·약 대비가 분명한 2·4·8박 구조를 택하는데, 한국어 번역은 모음 연속을 줄이고 자음 종성으로 박을 분명히 찍어 리듬을 ‘걷는’ 느낌으로 만든다. 가창 부담을 낮추는 전략으로는 장음 대신 동일 모라 반복(예: “자-유-를”처럼 모라를 분할),  라임보다두운(頭韻)과 모음조화를 활용하는 방식이 흔하다. “민중”/“믿음”, “부서진”, “분노”처럼 첫소리 반복을 맞추면 합창에서 명료도가 올라간다. 또한 프랑스어의 비음 모음([ɑ̃], [ɛ̃] 등)은 한국어에 직접 대응이 없어 자음을 덧붙여 박을 닫거나, 모음군을 둘로 쪼개 호흡 표면화를 돕는다. 그 결과 대합창은 박자-자음 결속이 강해지고, 청자는 “함께 외친다”는 감각을 얻게 된다.〈레미제라블〉vous/tu의 세계를 존댓말/반말로 재배치 프랑스어의 2인칭 경어 대립(vous/tu)은 신분·친소·거리감을 정교하게 표지한다. 한국어 번역은 호칭어(님, 씨, 아가씨)와어미 체계(합니다/해요/해체)로 이를 치환한다. 예컨대 권력과 법을 대변하는 인물은 종종 서술체(“-다”)나 격식체(“-습니다”)를 써 담화 권위를 확보한다. 반면 혁명군 청년들의 내부 대화는 친소체(“-해/해라”)를 택해 집단 결속을 드러낸다. 테나르디에의 속어·속담은 한국어 번역에서 은유적 욕설과 층위 낮은 어휘로 옮기되, 직설적 욕지거리는 완곡화해 공연 등급과 시대감각을 지킨다. 사회언어학적으로는 말투의 정합성(캐릭터마다 고유한 어미·어휘 버릇)이 감정 동선만큼 중요하다.  〈레미제라블〉: 상징어휘와 주제 라이트모티프 레미제라블의 핵심 상징은 별(stars), 법(law), 은총(grace), 빵(bread) 같은 어휘 군집이다. 한국어 번역은 이들 핵심어를 라이트모티프로 반복 배치해 기억 흔적을 만든다. 예컨대 ‘별’은 자베르의 세계(질서·감시)와 연결되고, ‘은(銀)’은 발장에게 윤리적 갱신의 기호로 남는다. 가사에서 아나포라(Anaphora, 문두 반복) “오늘… 오늘… 오늘…”를 사용하면 군중의 시간 의식과 혁명의 긴박이 강화된다. 한국어는 조사·어미로 문법관계를 표지하기 때문에, 핵심어 전위(초두 배치)와 문장 길이 조절만으로도 강한 운율적 힘을 얻는다.〈레미제라블〉에서는 강세박 언어의 합창 에너지를 한국어 자음-박 결속으로 재배치하며, 상징어휘를 라이트모티프로 엮어 윤리적 각성의 문장을 만든다. 

2. 노트르담 드 파리

연음 슈ва(e caduc) 멜리스마의 번역 이 작품은 원 가사가 프랑스어다. 프랑스어의 연음(liaison)과 탈락(elision), 그리고 약모음 슈바(ə)의 소실·회복은 멜리스마(한 음절을 여러 음으로 꺾는 기법)와 결합해 독특한 흐름을 만든다. 한국어 번역은 슈바가 없는 체계이므로 음절 경계가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길게 흐르는 선율에서는 개사(改善)로 모음 개수를 늘려 성부의 호흡을 보완하거나, 가창 가능한 합성어를 택해 발음 도약을 줄인다. (예: “대성당의 시간” 유형에서 ‘대성당’처럼 중간에서 박을 잡아주는 합성 명사). 또한 프랑스어는 어말 묵음 자음 표기가 흔하나, 노래에서는 이어지며 울리는 연속 자음 이미지가 남는다. 이를 한국어로 옮길 때는 장모음 효과를 자모 반복으로 구현(“아” “에”)하거나, 유사 운율(같은 어미, 예: “-는다/한다”)을 배치해 연결감을 만든다. 덕분에 ‘성당’이라는 수직적 이미지와 ‘종소리’의 지속감이 한국어 가사에서도 살아난다. 〈노트르담 드 파리〉신체성과 타자성의 언어 콰지모도의 말은 원소설에서 ‘비정상성’의 표지가 되지만, 뮤지컬에서는 음역·리듬으로 타자성을 표지한다. 한국어 가사에서 그의 언어는 종종 문장성의 누락(생략법)과 반복법으로 정동을 밀어 올린다. 에スメ랄다는 외래·유랑의 이미지를 품은 어휘(“춤, 불꽃, 운명” 계열)로 상징화되는데, 번역은 과거 흔히 쓰던 호칭(예: ‘집시’)을 그대로 쓸지, 오늘날 중립적 대안어(예: 로마인/보헤미안 등 맥락합의된 표현)를 쓸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은 작품의 윤리적 독해와 직결되므로, 프로그램북·가사 감독 단계에서 용어 정책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제는 성서적 문체(평행법·대구법)를 선호하며, 한국어에서는 격식체와 한자어 어휘(구원, 속죄, 저주)로 품격을 조성한다.  <노트르담 드 파 파리>건축적 서사와 합창의 폴리포니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 ‘사람’만이 아니라 대성당 자체다. 한국어 번역은 ‘성당·종·돌·시간’ 같은 물질어휘를 고정점으로 삼아 인간 감정(욕망·신앙·질투)을 매단다. 합창(군중·성직자·노상인)은 폴리포니(다성) 구성을 통해 서로 다른 담화 주체가 같은 공간을 점유함을 드러낸다. 한국어로 옮길 때는 격식체/비격식체의 동시 병치, 한자어, 고유어의 대비를 이용해 ‘층’을 만든다. 또한 ‘벨/벨르’(bell/belle)처럼 영어권에서 생길 수 있는 가짜 동음어 연상은 한국어판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언어유희를 피하기 위해 명확한 표기·발음 안내가 유리하다.〈노트르담 드 파리〉는 연음·슈바의 흐름을 한국어의 분절 명료성으로 치환하면서도, 성당이라는 공간 기호를 합창의 폴리포니로 구현한다. 

3. 삼총사

패터 송과 고유명사의 운율화 검술극 성격의 <삼총사>는 패터 송(patter song) 빠른 템포의 낭송형 가창이 잦다. 프랑스어 고유명사(다르타냥,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의 음절구조가 한국어로 옮겨질 때 연속 개음절(CV)의 리듬이 강해져 랩과 흡사한 구획감을 준다. 번역은 고유명사의 음수 고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뒤에 붙는 서술어의 어미를 동형화(예: “-리라/-노라”)해 군가풍의 집단 리듬을 형성한다. 라임을 맞추기 어렵다면 운각(문장 끝 성분의 길이·억양)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 결과 칼이 부딪히는 의성어(챙, 칼칵)와 박이 맞물려 ‘검무(劍舞)의 문장’이 된다. <삼총사>궁정어와 선술집의 코드를 오가는 전환 귀족·왕실 장면에서는 한국어 번역이한자어·당대어투(〜하노라/하오)로 시대감을 준다. 다만 과도한 고전체는 가창 난도를 높이고 관객의 처리부담을 키우므로, 대사(스포큰)에는 고풍체를, 노래에는 현대 표준어와절제된 고유어의 혼합을 택하는 식의 코드 스위칭이 효과적이다. 선술집 장면은 한국어의 종결어미 변주(“-지?”, “-라니까!”)와 감탄사(“허!”, “자!”)로 활기를 만든다. 특히 삼총사의 구호는 평행구조로 반복해 청자 반응 유도형 담화(콜 앤 리스폰스)를 설계하는 것이 군무와 합창의 싱크를 올린다. <삼총사> 수사학적 대구와 집단 정체성의 문장 “하나를 위하여 모두, 모두를 위하여 하나(Un pour tous, tous pour un)”는 대구법·역행 반복(치아스무스) 의 교과서다. 한국어 번역은 음절수 10~12 내외로 균형을 맞추면 4/4 박에 안착한다. 이 표어는 장면마다 담화 표지로 재귀 출현하며, 관객의 응원 문구로도 기능한다. 전투·결투 장면에서는 의태·의성어(슥, 챙, 휙)를 과용하지 않고 간헐적 깃발처럼 세워야 음악과 무대음향을 침범하지 않는다. 끝으로 ‘명예·의리·충성’ 같은 덕목 어휘군을 동일 어미(“-다”, “-라”)로 마감하면 분절·행진감이 강화되어 “군가적 고양”이 완성된다. <삼총사>는 패터 송과 표어를 통해 대구·평행의 수사학을 무대 동작과 밀착시켜 집단 정체성의 합창을 완성한다.  <삼총사>는 패터 송과 표어를 통해 대구·평행의 수사학을 무대 동작과 밀착시켜 집단 정체성의 합창을 완성한다.  즉, 언어는 무대의 일부가 아니라 무대를 구조화하는 프레이밍 장치다. 프랑스문학 뮤지컬의 감동은 이 장치가 정확히 작동할 때, 한국어 관객의 심리적 리듬과 ‘딱’ 맞물리며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