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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자의 시선 뮤지컬 ' 캣츠 ' ( 오페라, 캐릭터, "Memory" )

by xddxs7377 2025. 7. 31.

뮤지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인 〈캣츠(CATS)〉는 단지 무대 연출과 고양이 분장만으로 기억되는 작품이 아니다. 이 뮤지컬의 본질은 바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독창적인 작곡 스타일과 음악적 언어에 있다. 웨버는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토대로, 인물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색채를 부여하며 극 전체를 음악으로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캣츠의 OST는 단순한 곡들의 나열이 아니라, 오페라적 구조를 취하며 전체 극의 흐름을 음악으로 끌어간다. 특히 웨버는 클래식, 재즈,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며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냈고, 그의 이러한 음악적 구성은 작곡가의 관점에서 분석할 때 더욱 흥미롭다. 이번 글에서는 뮤지컬 〈캣츠〉의 OST를 작곡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웨버가 어떻게 음악을 통해 극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성격, 감정의 서사를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작곡자의 시선 뮤지컬 캣츠 ( 오페라, 캐릭터, "Memory" )

1. 오페라와 뮤지컬의 융합

뮤지컬 〈캣츠〉는 형식적으로는 분명히 뮤지컬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음악이 극의 모든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적 특성을 강하게 띤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인물의 감정, 장면 전환, 플롯 전개를 표현하며, "통음악 (through-composed musical)"의 형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구성은 전통적인 오페라에서 사용되는 형식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등장인물마다 독립된 테마를 부여하고 이를 반복, 변형, 재등장시키는 방식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liegtmotiv)' 기법을 연상시킨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뮤지컬의 핵심 넘버인 "Memory"다. 이 곡은 그리자벨라의 솔로 넘버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극 초반부터 다양한 악기와 음색, 조성 변화를 통해 작게, 은근하게 반복되며 정서적 토대를 구축한다. 이 테마는 점점 청중의 잠재의식에 스며들며, 마지막 그리자벨라의 열창으로 폭발할 때 감정의 정화와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만든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이는 단지 테마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음악적 장치를 통한 정서 축적과 해소의 전략이다. 또한 서곡(Overture) 역시 작곡가적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일반적인 뮤지컬 서곡이 주요 멜로디를 소개하고 끝나는 데 비해, 〈캣츠〉의 서곡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청중을 '고양이들의 세계'로 몰입시키는 전주곡 역할을 한다. 웨버는 이 장면에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전자악기(신시사이저)와 전통적인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결합해, 고전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구현한다. 이질적인 사운드의 혼합은 환상성과 동물적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관객에게 일종의 ‘이계로의 초대’를 완성한다. 웨버의 또 하나의 작곡 기법은 다양한 음악 장르의 자유로운 융합이다. 그는 클래식의 대위법적 진행, 재즈의 화성적 불안정성, 록의 에너지 넘치는 리듬을 한 작품 안에 조화롭게 녹여낸다. 예컨대 "Mr. Mistoffelees"에서는 화려한 재즈 스케일과 빠른 템포, 반짝이는 리듬으로 마법사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The Rum Tum Tugger"에서는 펑크 록 스타일의 비트를 이용해 개성 넘치는 반항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음악 언어의 확장은 단지 장을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정체성’을 소리로 구현하는 고도의 작곡 기획이다. 결과적으로, 〈캣츠〉는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전개 구조, 캐릭터 테마 활용, 음향 실험성에 있어서 오페라 못지않은 복합성과 예술성을 자랑한다. 웨버는 단지 곡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극으로 설계하며 “음악으로 구성된 드라마”를 완성한다. 이는 작곡가로서 웨버의 철학과 통찰이 녹아든 결정체이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무대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캐릭터

작곡가로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캣츠〉의 등장 고양이들을 단지 대사나 노래 가사로 표현하지 않고, 음악의 톤과 장르, 템포, 리듬을 통해 그들의 성격과 역할을 설계했다. 예를 들어 "The Rum Tum Tugger"는 강렬한 록 리듬과 자유분방한 멜로디를 통해 반항적인 고양이의 성향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반면, "Mr. Mistoffelees"는 기묘하고 마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재즈적 요소와 빠른 아르페지오, 신비로운 코드 진행을 사용한다. 이처럼 웨버는 각 곡마다 주인공 고양이의 성향과 행동을 ‘소리’로 보여주는 음악적 심리극을 구성한다. 이는 기존 뮤지컬에서 보이던 인물 중심의 단순 서사보다 한층 더 풍부한 캐릭터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다양한 음악 장르를 배치함으로써 관객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청각적 자극을 주고, 극의 몰입도를 유지하는 효과를 준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단순히 곡을 잘 쓰는 것 이상으로, 드라마를 음악적으로 통제하는 고난도의 설계 능력을 요한다.

3. "Memory"

〈캣츠〉 OST 중 가장 유명한 넘버인 "Memory"는 뮤지컬 사운드트랙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발라드 중 하나로 꼽힌다. 작곡가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곡은 단순한 멜로디와 반복되는 코드 진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 깊은 감정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설계한 점이 탁월하다. 3화음 중심의 조성 변화, 절정에서의 반음 이동,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고음의 확장된 멜로디 라인은 감정의 고조와 절망, 희망을 한 곡 안에 녹여낸다. 또한 웨버는 "Memory"를 단독 곡으로 완결시키지 않고, 극 전반에 전주, 간주, 변주 형태로 편재시킴으로써 작품 전체의 정서를 이 곡 하나에 담았다. 그리자벨라의 감정은 물론, 젤리클 고양이들의 존재 이유, 노스탤지어와 구원의 테마까지도 이 하나의 멜로디 라인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작곡가로서 테마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드라마와 음악이 일체화된 극적 효과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뮤지컬 〈캣츠〉는 초연 이후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왔으며, 그 인기의 중심에는 바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적 상상력과 작곡 기법이 있다. 웨버는 단순히 인상적인 멜로디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극 전체를 하나의 교향곡처럼 구성하면서 뮤지컬 작곡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클래식과 현대 대중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작곡은 〈캣츠〉를 단순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음악으로 풀어낸 생명과 구원의 서사시로 완성시켰다. 작곡가의 시선으로 본 〈캣츠〉 OST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이며, 각 트랙은 각각의 고양이뿐 아니라 웨버 자신의 음악 세계를 투영한 파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뮤지컬 작곡가들이 그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참고하지만, 〈캣츠〉가 보여준 음악적 언어와 구조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음악이 단순히 곡을 넘어 인물과 서사,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캣츠〉는 명확하게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