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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꼭 봐야하는 뮤지컬 ( 위키드, 빌리 엘리어트, 에비타 )

by xddxs7377 2025. 8. 7.

뮤지컬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간 존재와 사회의 본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예술 장르다. 특히 여성의 시선에서 윤리적 딜레마와 선택, 자아 찾기,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작품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윤리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뮤지컬은 단지 감동적인 서사를 넘어 '옳음과 선함'에 대해 탐구하는 삶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여성이 꼭 관람해야 할 윤리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뮤지컬 세 작품을 소개하고, 각각이 제기하는 윤리적 질문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우리가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무대 위의 질문은 결국 우리의 삶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여성이 꼭 봐야하는 뮤지컬 ( 위키드, 빌리 엘리어트, 에비타 )

 

1. 위키드(Wicked)

뮤지컬 위키드는 고전 명작 『오즈의 마법사』의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을 거부하며 윤리적 상대주의(Ethical Relativism)를 묘사한다. 이 작품은 여성 중심 서사로 진행되며, 엘파바가 ‘악의 마녀’로 불리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사회에서 '선하다' 혹은 '악하다'라고 믿는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권력에 의해 구성되는지 깨닫게 된다. 윤리학적으로 볼 때 위키드는 도덕 판단이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엘파바는 소외된 이들을 보호하려다 체제에 반하는 인물이 되었고, 글린다는 체제에 적응함으로써 '선한 마녀'로 불렸다. 이 구조는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가 아니라 후기 현대 윤리학에서 강조하는 상황윤리(Situational Ethics)의 전형적인 사례다. 엘파바의 선택은 단지 이타적이거나 정의로운 것을 넘어서, 개인이 타자에게 책임지는 윤리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여성에게 이 이야기는 ‘세상이 정해준 틀’ 속에서 선하고 완벽하게 보이는 삶이 정말 옳은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된다.

2.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표면적으로는 발레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젠더 윤리(Gender Ethics)와 계급 윤리(Class Ethics)의 충돌이라는 윤리학적 테마를 내포한다. 이 작품은 한 남자아이가 전통적 남성성을 거부하고 예술가로서의 꿈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강요하는 역할과 기대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의 부재’라는 윤리적 공백을 채우는 여성들의 역할도 두드러진다. 주인공 빌리의 꿈을 끝까지 지지해주는 발레 선생님 ‘윌킨슨 선생’은,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 교사가 어떻게 윤리적 지도자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녀는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너 자신으로 살아갈 권리’를 가르친다. 또한 계급 갈등으로 갈라진 광산촌 사회에서, 여성들이 조용히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지하는 모습은 돌봄 윤리(Ethics of Care)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성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강인함’과 ‘윤리적 책임’의 정의가 단지 힘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에 기반한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3. 에비타(Evita) 

아르헨티나의 실존 인물 에바 페론의 삶을 그린 뮤지컬 에비타는 단순한 전기적 서사를 넘어, 권력과 윤리(Power and Ethics)의 상관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하층민 출신의 정치인으로서 에비타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동시에, 윤리적 기준을 위태롭게 넘나 든다. 가난한 소녀가 권력의 정점에 이르기까지 겪는 과정에서 그녀는 때때로 대중의 동정을 이용하고,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적 전략도 구사한다. 이 작품은 공리주의적 윤리(Consequentialism)와 덕 윤리(Virtue Ethics) 사이의 충돌을 보여준다. 에비타는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과 교육 기금을 만들지만, 그녀의 동기가 얼마나 순수한지, 혹은 명성과 정치적 생존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관객마다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윤리학자는 이 지점을 '도덕적 회색지대'라 부르며, 이 회색지대에서 인간은 진정한 윤리적 판단을 요구받는다. 여성 관객 입장에서 에비타는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권력의 세계에서 여성은 어떻게 도덕적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혹은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도 함께 남는다. 뮤지컬은 감정과 음악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동시에, 인간의 윤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 예술이다. 위키드, 빌리 엘리어트, 에비타는 모두 강렬한 여성 서사 혹은 여성적 관점의 윤리적 갈등을 중심에 둔 작품들로,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새롭게 성찰하는 데 매우 유익한 ‘윤리적 경험’이 된다. 윤리학자의 눈으로 본 이들 작품은 단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이 윤리적 주체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생한 사례다. 시대가 변해도, 우리는 여전히 개인적 윤리와 사회적 윤리, 이상과 현실, 감정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뮤지컬은 그런 갈등 속에서 나와 닮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며, 그 목소리가 바로 ‘나의 목소리’였음을 깨닫게 한다. 여성이라면 꼭 봐야 할 이 세 작품은, 당신이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윤리적으로 묻고 있다. 대답은 언제나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