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다. 타임스퀘어의 불빛 아래, 세계 최고 배우들이 생생한 무대를 펼치는 브로드웨이는 수많은 여행자에게 꿈의 목적지로 불린다. 하지만 수십 편의 뮤지컬이 동시에 공연되는 이 화려한 도시에서, 단 며칠 머무는 여행자가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행자로서의 나는 브로드웨이에서 단 세 작품만 선택할 수 있다면, 단연 〈해밀턴〉,〈라이온 킹〉,〈맘마미아〉를 추천한다. 이 세 작품은 단지 재미있는 공연을 넘어, 뉴욕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문화의 깊이, 그리고 여행의 감동을 모두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작품을 여행자의 시선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고, 왜 반드시 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1. 해밀턴(Hamilton)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뉴욕’ 다운 작품을 찾는다면 단연 해밀턴이다.” 처음 〈해밀턴〉을 본 것은 여행 마지막 날 밤이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혼과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기를 동시에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이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삶을 현대적인 힙합과 랩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의 관객이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여행자의 입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해밀턴이 전달하는 ‘다양성의 가치’이다. 백인이 아닌 배우들이 백인 역사를 연기하며, 미국은 단일한 문화가 아니라 수많은 인종과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뉴욕이라는 다인종 도시의 정체성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는 마치 맨해튼의 거리에서 수많은 언어가 오가는 풍경과 닮아 있다.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미리 예약하거나 TKTS 부스를 활용해 할인 티켓을 노려볼 수 있다. 단 한 편으로 뉴욕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를 묻는다면, 〈해밀턴〉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2. 라이온 킹(The Lion King)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여행자라면, 〈라이온 킹〉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예술이다. 타임스퀘어의 뮤지컬 극장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라이온 킹〉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로, 화려한 무대 미술과 동물 분장, 압도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브로드웨이 기술력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특히 여행자에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보는 경험의 극대화’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초원을 형상화한 무대와 배우들의 섬세한 동물 연기, 음악감독 엘튼 존의 명곡들이 어우러져, 공연을 본다는 느낌보다 ‘여행 중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뉴욕이 아닌 세렝게티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아이들과 함께 뉴욕을 찾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영어를 몰라도 이해 가능한 구조라, 영어가 서툰 해외여행자에게도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뮤지컬이다.
3. 맘마미아(Mamma Mia!)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맘마미아는 노래와 감정으로 떠나는 최고의 항해다. 〈맘마미아〉는 1999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로, 스웨덴 팝그룹 ABBA의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아름다운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과 사랑의 이야기는 여행지의 낭만과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의 진가는 공연이 끝난 후에 더 진하게 남는다. 관객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기립박수를 치며, 그리스 해변이 아니라 뉴욕 한복판에서 삶의 긍정과 자유로움을 춤추듯 느끼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본질이 ‘즐거움’이라면, 〈맘마미아〉는 그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되는 서사 역시 신선하다. 중년 여성의 자립과 사랑, 우정, 모성애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감정선을 이끈다. 특히 여성 여행자라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마치 자신도 소피나 도나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여행자는 때로 목적지를 찍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뉴욕에서의 뮤지컬은 단지 공연을 본다는 차원을 넘어, 그 도시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해밀턴〉에서 뉴욕의 역사와 정체성을, 〈라이온 킹〉에서 예술과 상상의 결합을, 〈맘마미아〉에서 인생의 감정과 자유를 만날 수 있었다. 뉴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대다. 그리고 당신이 극장에 앉는 그 순간, 무대 위와 아래의 경계는 무너지며 여행은 한층 더 깊어진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단순한 일정이 아닌, 뉴욕이라는 도시를 ‘사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