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라는 제목을 들으면 우리는 곧바로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선과 악’, ‘정체성의 분열’, ‘과학의 도덕적 한계’ 같은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음악의 뮤지컬 버전은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억압과 개인 내면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무대화하면서 관객에게 도덕적 사유를 촉구한다. 이 글은 윤리학자의 눈으로 뮤지컬을 세 가지 중심 주제 별로 장면과 철학적 개념을 교차시키며 심층적으로 살펴보자.
1. 책임
첫 번째 분석 축은 ‘정체성’과 ‘책임’의 관계다. 윤리학에서 누가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는지는 그 행위자가 ‘동일한 존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지킬이 약물로 하이드로 변신했다면, 하이드의 악행을 지킬이 책임져야 하는가? 여기서 철학적 관점(예: 심리적 연속성, 자아의 동일성 이론)을 도입하면 흥미로운 논점이 열린다. 만약 어떤 행위가 동일한 심리적·기억적 연결성 하에서 일어난다면 그 ‘원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뮤지컬의 드라마적 장치를 통해 이 문제를 구체화한다. 극 중 지킬은 처음에 자신의 ‘억눌린 욕망’을 분리해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실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하이드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관객은 곧바로 책임 귀속을 직감하게 된다. 윤리학자는 여기서 ‘의도(intention)’와 ‘통제(control)’의 요소를 따져본다. 지킬이 하이드를 예측·통제할 수 없게 된 순간, 도덕적·법적 책임의 귀속 방식은 복잡해진다. 세 번째 단락에서는 실천적 결론을 제시한다. 철학적으로 ‘분리된 인격’ 모델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한 사람의 다양한 측면’으로 보든지 간에, 뮤지컬은 관객에게 책임의 다층성을 수용하라고 요구한다. 윤리학자는 “책임을 묻는 주체는 언제나 단일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형사적·윤리적 대응은 단순한 신고·처벌을 넘어 치료·예방·사회적 구조 변화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2. 도덕심리
첫 번째 단락에서는 ‘선(善)과 악(惡)’을 보는 윤리학의 여러 틀을 소개한다. 미덕윤리는 개인의 성품과 습관을 중심으로 도덕을 판단하고, 의무론(칸트)은 행위 자체의 도덕적 정당성에 주목하며, 공리주의는 결과의 최대화 여부로 선악을 평가한다. 지킬·하이드 이야기에는 이 세 관점이 모두 적용 가능하다. 하이드는 일시적 쾌락과 파괴를 추구하지만, 그 결과가 공동체에 미치는 해악은 분명하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극 중 인물과 장면을 각 윤리 이론에 대입해 본다. 예컨대 미덕윤리적 관점에서는 지킬의 ‘자기 통제 상실’과 하이드의 ‘비도덕적 성품’이 주된 문제로 보인다. 의무론적 관점에서는 지킬이 자신의 행위를 보편화 가능한 원칙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예: ‘내 안의 악을 분리시키는 것이 정당한가?’)를 따진다. 공리주의자는 실험의 결과(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에 미친 영향)를 근거로 지킬의 행위를 비판할 것이다. 세 번째 단락은 윤리적 성찰의 실천적 함의로 마무리한다. 관객에게 주는 질문은 단순하다: ‘개인이 사회적 규범을 벗어날 때, 그 선택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그리고 ‘개인성품의 결함을 사회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 뮤지컬은 이러한 질문을 극적으로 배치해, 우리로 하여금 도덕판단을 이론적 다양성 속에서 재검토하도록 만든다.
3. 윤리
첫 번째 단락에서는 지킬의 ‘과학자적 성향’에 주목한다. 그는 인간 심리와 도덕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비밀스럽게 실험을 진행한다. 현대 윤리학·생명윤리 관점에서 이 경우 핵심 쟁점은 ‘연구의 투명성’, ‘사전위험평가(risk assessment)’, ‘피해 최소화’다. 어떤 탐구도 사회적 피해를 지나치게 무시하며 진행돼선 안 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구체적 윤리 원칙을 뮤지컬 사건에 적용해본다. 예컨대 ‘사전동의(informed consent)’ 원칙은 실험 대상자와 이해관계자(가족·이웃·환자 등)의 권리를 보호한다. 지킬이 자신의 실험을 은밀히 실행하고 결과를 통제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 피해는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 부재에서 기인한다. 또한 ‘이중용도(dual-use)’ 문제연구가 긍정적 목적뿐 아니라 해롭고 폭력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도 중요한 윤리적 논점이다. 세 번째 단락은 정책적·제도적 대안을 제안한다. 윤리학자는 개인 과학자의 도덕적 영웅주의에 의존하는 대신, 연구윤리위원회(심의제도), 동료검토(peer review), 공개적 검증 절차를 통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뮤지컬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부재가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유전공학·인공지능·신약 개발 등 현실의 기술윤리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극적 서사를 통해 윤리학의 핵심 문제들을 관객 앞에 놓는다. 개인적 정체성의 흐릿함은 도덕적 책임의 귀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선과 악의 문제는 다양한 윤리 이론을 통해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과학적 탐구의 자유는 사회적 책임과 맞물려야 함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윤리학자의 관점은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규범적·제도적 차원으로 확장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남기는 질문들: 우리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용인해야 하는가? 사회는 언제 개인의 실험을 규제하고 언제 창의적 탐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뮤지컬을 보고 난 뒤에 남는 여운은 바로 이 질문들을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예술이 윤리적 사유의 훌륭한 ‘훈련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킬과 하이드의 이야기는 그래서 단지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윤리적 숙제를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