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웃는 남자는 2018년 초연 이후 대한민국 뮤지컬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름다운 음악과 서사, 그리고 무대미학이 결합된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매 시즌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핵심은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이다. 영혼의 고통과 사회의 모순을 몸으로 끌어안는 이 캐릭터는 단순한 주인공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윈플렌 역은 단순한 연기가 아닌, 배우의 모든 예술적 역량을 요구한다. 외모는 끔찍하게 찢어진 미소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심성을 지닌 이 인물은 그 자체로 무대 위의 예술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매 시즌 새로운 그윈플렌을 비교하고 기억하며, 특정 배우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내왔다. 이번 글에서는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특히 관객들 사이에서 인기와 찬사를 동시에 받은 세 명의 그윈플렌 배우를 분석한다. 바로 박효신, 수호(EXO), 그리고 박은태.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해석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들의 매력을 관람객 반응과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자.
1. 박효신
박효신은 웃는 남자 초연의 오리지널 캐스트로서,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을 한국 뮤지컬 무대에 각인시킨 배우다. 본래 가창력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부족한 그였지만, 무대에서의 연기력과 감정의 깊이는 관객들을 충격과 감동 속에 빠뜨렸다. 그의 그윈플렌은 고통과 사랑,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복합적인 인간 그 자체였다. 특히 박효신의 연기는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픔이 있었고, 눈빛에는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 있었다. “나는 그윈플렌이다”라는 대표 넘버를 부를 때, 객석의 공기는 단숨에 얼어붙고, 수천 명의 관객이 숨을 죽였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박효신의 웃는 남자를 보고 나면 다른 캐스트를 볼 용기가 안 난다”,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시”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또한 그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진 대중성과 예술성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박효신의 출연은 뮤지컬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웃는 남자’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이어졌다. 그는 단순한 배우가 아닌, 웃는 남자 그 자체로 존재했던 인물이었다.
2. 수호(EXO)
아이돌 그룹 EXO의 멤버로 유명한 수호는 웃는 남자 재연과 삼연에서 그윈플렌 역에 도전하며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처음엔 "아이돌 캐스팅"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했지만,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은 그런 편견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섬세한 감정선, 깔끔한 가창력, 무엇보다도 캐릭터에 대한 성실한 몰입이 그의 무기를 증명했다. 수호의 그윈플렌은 젊고 순수하며, 세상의 아픔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다소 유약하지만 진정성이 묻어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의 해석은 강렬한 통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가까웠고, 이는 20대 관객들과 여성 관객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실제로 관람 후기를 보면 “수호의 눈물에 나도 울었다”, “그의 연기는 꾸며지지 않은 진심이었다”는 반응이 다수다. 또한 수호는 SNS를 통한 소통과 팬미팅, 뮤지컬 관련 인터뷰에서 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며 뮤지컬 팬덤을 확보했다. 그는 단순히 인기 아이돌의 출연이라는 상업적 가치를 넘어서, 뮤지컬 장르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꾸준히 보여준 배우로 평가된다. 그의 출연은 젊은 세대가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이게 만드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3. 박은태
박은태는 이미 다수의 대형 뮤지컬에서 주역을 맡아온,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가 연기한 그윈플렌은 차분하면서도 강렬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발성과 호흡, 그리고 풍부한 감정 표현력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중장년층 관객과 뮤지컬 마니아층 사이에서 박은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그윈플렌은 고전적인 연기톤과 현대적 감정 해석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작품의 철학적 메시지—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저항, 인간 내면의 순수성—을 섬세한 대사 처리와 눈빛, 제스처를 통해 정확히 전달해 냈다. 공연 직후 박은태의 연기 분석 글이 팬 블로그와 뮤지컬 커뮤니티에 쏟아질 정도로 그의 디테일한 표현력은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스태프들과의 호흡, 무대 구성에 대한 이해도,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 장면에서도 높은 조화를 이루며 ‘공연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배우로 평가된다. ‘감동을 설계할 줄 아는 배우’라는 평가는 과하지 않다. 박은태의 그윈플렌은 단순한 감성 자극을 넘어서, 생각하게 하고 여운을 남기는 묵직한 연기였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단지 잘 만들어진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배우들의 해석에 따라 매번 새로운 의미와 감동을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예술이다. 박효신, 수호, 박은태—이 세 명의 배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윈플렌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빚어냈고, 관객들은 그들의 해석에 감동하고 공감하며 작품을 또 한 번 사랑하게 되었다. 박효신이 그윈플렌의 절규를 음악과 예술로 승화시켰다면, 수호는 순수와 진정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박은태는 완성도 높은 연기와 기술로 무대를 장악했다. 이 세 배우는 모두 웃는 남자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간 아티스트들이며, 그들이 남긴 흔적은 공연을 넘어 한국 뮤지컬 역사에 깊이 새겨지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배우가 새로운 그윈플렌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세 명은 분명히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그윈플렌’으로 기억될 것이다.